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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

하승우

풀빛 출판|20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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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가격정보
전자책 정가 9,100원
구매 9,100원+3% 적립
출간정보 2021.01.28|PDF|34.55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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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미지

책소개

세상이 부조리하다면 우리가 바꾼다
‘시민불복종’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은 조카와 삼촌의 지식 공방전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열띤 사회 토론의 장’ 풀빛의 청소년 교양 사회 시리즈 〈사회 쫌 아는 십대〉의 07번《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 부당함에 맞서는 삐따기들의 행진》이 출간되었다. 시리즈 01번 《최저임금 쫌 아는 10대: 까칠한 백수 삼촌의 최저임금 명강의》의 개성 만점 두 주인공 백수 삼촌과 철부지 중학생 조카가 다시 한 번 뭉쳤다. 이번에는 잘못된 법을 어겨도 되는지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한 판 붙었다. 논쟁을 이어 가는 주제는 ‘시민불복종’. 18대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시작해,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시민의 불복종 사례를 되짚어 보며 부조리한 제도, 잘못된 법을 고쳐 나가려는 깨어 있는 시민의 용기에 주목한다. 혁명과 불복종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완전무결하지 않은 불복종의 부작용과 불복종이 감수해야 하는 후유증은 무엇인지 깨시민이 되기 위한 그들의 논쟁은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넌다. 사회 변화의 주역으로서 청소년이 해 왔던 불복종 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도 함께 모색한다. 한층 성숙해진 조카의 날카로움과 훨씬 더 유연해진 삼촌의 넉살이 맞붙은 한 판 대결을 기대하라.


시민의 정체, 불복종의 조건

“내 목은 잘라도 머리털은 못 자른다.”
“왜? 누가 목 자른데?”
“아니, 머리털을 자르래. 학교에서. 아니 왜 개명천지, 21세기에 헤어스타일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데. 이게 말이 되냐고.”
“그러게. 왜 그런데. … 서울시교육청은 이제 두발 자유화 한다고 하던데. …”
“와, 대박. 역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하더니. 나, 서울로 전학갈래. … 삼촌이 엄마 아빠한테 얘기해 주면 안 돼?”
“청소년, 그런 건 이제 네가 쟁취할 나이야. 네가 서울 가면 여기 후배들은 어쩌냐. 사회를 바꿔야 모든 사람이 혜택을 입지.”
“촛불은 들고 나갔다 오면 되지만 학교랑 어떻게 싸우냐고.”
“청소년, 혹시 시민불복종이라고 들어 봤나?”
“들어는 봤지.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본문 13~15쪽)

머리 길이를 제한하는 학칙에 따라 원치 않는 이발을 해야 하는 현실에 놓인 중학생 조카. 머리털을 자르기는 싫고, 그렇다고 학칙을 어길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두발 자유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로 전학 가는 걸, 한마디로 현실 도피를 도와달라고 삼촌에게 청한다. 그러자 삼촌이 하나의 카드를 내민다. 이름하여 ‘시민불복종’. 들어는 봤지만 의미는 알지 못하는 조카를 위해 삼촌은 2016년 18대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의 추억을 꺼낸다. 당시 촛불행진은 합법이었냐는 질문과 함께.
2016년의 촛불집회가 합법이 될 수 있었던 건 수많은 이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삼촌은 설명한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있었던 2008년에만 해도 촛불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시위로 규정되어 있었다. 때문에 촛불집회 주도자는 기소가 되었고, 이렇게 기소된 사람들이 이 법률이 헌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2016년 촛불집회를 많은 시민이 이어 갈 수 있었다는 걸 알려 준다. 시민불복종에 대한 삼촌의 가르침은 계속된다.
시민불복종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시민’의 뜻과 ‘불복종’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삼촌은 시민이 단순히 도시의 주민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며 서로 연대하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함께 지키는 주체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설명한다. 불복종은 개인끼리의 일에도 쓸 수 있는 반항이나 저항과 달리 정부나 거대한 권력에 맞설 때 사용한다. 그리고 저항의 대상을 명확하게 정의한다. 예컨대, 이 법의 이런 점이 이렇게 부당하기 때문에 따르지 않겠노라는 저항의 이유가 분명한 것이다. 이때 그 이유는 저항의 대상이 된 (제도나) 법이 개인적인 생각이나 이익과 어긋나서가 아니라 자유나 평등, 평화, 사회정의 같은 가치를 파괴하기 때문일 때만 인정된다.
이런 시민불복종의 역사는 길고, 그것의 내용 또한 광범위하다는 것을 조카는 계속된 대화를 통해 하나씩 알아 나간다. 미국이 멕시코와 벌이는 전쟁을 반대하며, 부당한 전쟁에 자신의 세금이 쓰이는 것이 싫어 납세 거부 운동을 벌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식민지 인도에서 소금 독점판매와 높은 세금을 매긴 영국에 저항하기 위해 소금을 직접 만들자는 마하트마 간디의 소금행진. 미국에서 백인을 위한 흑인의 버스 자리 양보 규칙을 어긴 로자 파크스의 행동이 시발점이 된 흑인들의 민권법 투쟁. 그리고 2000년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진, 부패한 국회의원들을 공천에서 제외하고 선거에서 떨어뜨리자는 낙천낙선 운동까지. 시대도 장소도 제각각인 이 모든 시민불복종 사례는 당시에 행해진 부당한 법을 바꾸기 위해 그 법을 지키지 않는 행동이었다. 또한 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을 감수해야만 했다.
여전히 아리송한 얼굴의 조카에게 삼촌은 존 롤스가 얘기한 시민불복종의 일곱 가지 조건을 말한다. 첫째, 목적이 정당할 것. 둘째,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할 것. 셋째,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될 것. 넷째, 폭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 다섯째,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것. 여섯째, 성공의 가능성이 있을 것. 일곱째, 처벌을 받아들일 것.
“잠깐, 처벌을 받아들인다고?”


불법으로 법을 지킨다

2018년에 만들어진 영국의 시민 단체 ‘멸종저항’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2019년 4월 15일부터 수만 명의 영국 시민이 의회광장과 워털루다리, 마블 아치, 자연사박물관 등을 점거하고 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 시위를 벌이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천 명이 넘는 시민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최근 들어 영국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시민불복종 운동이다.
지금도 그러한데 과거 불복종의 경우는 어떠했겠는가. 역사적으로 시민불복종 운동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체포되었다. 납세를 거부한 소로, 소금행진을 이끈 간디, 백인에게 좌석을 양보하지 않은 로자 파크스, 낙천낙선 운동을 벌인 시민단체 모두 체포되었거나 감옥에 갇혔다.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감옥에 가는 걸 전략으로 내세운 운동도 있었다. 1960년대 미국 버밍햄시에서 벌어진 흑인민권운동은 심각한 인종차별 정책에 저항하기 위해 불법으로 규정된 시위를 계속했고, 수많은 청소년의 참여로 감옥 수감자가 수용 인원을 넘어서면서 미국 전역에 이 일이 알려지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결국 인종분리조례가 폐지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시민불복종에서 처벌을 받는 건 의도적이다. 그래야 시민들이 그 법의 부당함을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낙천낙선 운동을 통해 선거법이 바뀌면서 시민단체가 기준을 만들어 선정한 낙천자 명단을 정당에 전달하거나 공개하는 행위가 허용되었다. 이렇게 시민불복종은 조금씩 제도를 바꾸는 운동이다. 역설이지만 시민불복종은 법을 지키기 위한 운동, 준법운동일 수 있다고 삼촌은 말한다. 왜냐하면 법을 모두 없애자는 운동이 아니라 내가 지킬 수 있는 법, 내가 지키고 싶은 법을 요구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불복종은 법을 지키지 않는 운동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법으로 바꾸려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시민불복종을 선언한 사람들은 법을 피해 도망치거나 처벌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시민불복종은 시민에게 허용된 최후의 권리이다. 부당한 현실을 눈감고 피해 가지 않고 뭐라도 하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며 시민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이 바로 시민불복종의 순간이다. 그 뒤에 올 일은 날것의 몸싸움일 수도 있고, 거리에서 서명을 받는 활동일 수도 있고, 법정의 치열한 논리싸움일 수도 있다.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만이 아니라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건설,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건설반대 운동에서도 많은 시민이 불복종 운동을 펼쳤다. 당장 진행 중인 공사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런 군사기지나 송전탑, 시설들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그 절차와 정당성은 확보되어 있는지 등을 물으면서 시민들은 정부 결정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졌다. 만약 이런 활동들의 없었다면? 정부의 결정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정당성과 주민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없다면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부각될수록 정부는 더욱더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것이다. 인간이 내리는 결정인 이상 어떤 것이든 잘못된 수 있고, 그런 잘못을 줄이고 바로잡는 과정이 중요하다면, 시민불복종은 그런 잘못을 줄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잘못된 법이나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시민불복종이 생길 이유도 없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그 힘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나선다. 심지어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 그러니 그런 활동이 없었다면 사회가 더 많은 피해와 손해를 감수하게 되었을 거란 점에서 우리 사회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인 시민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청소년을 시민으로 인정하라

“이 한심한 나라가 이 정도로 유지되는 건 그래도 청소년들이 움직여서 아니겠어.”
“맞아. 박근혜 대통령 퇴진 때도 청소년들이 열심히 뛰었단 말이지. 학교에 대자보도 붙이고.”
“오, 대자보도 붙였어. 대단한데.”
“대단한테, 그런 태도가 문제야. 그것 때문에 학생들이 징계를 받았단 말이야. 대통령만 퇴진시키면 뭐해. 학교는 그대로인데. … 하긴 아직도 두발 검사하고 교복 입어라 그러고 핸드폰도 압수하는 나라니. 그러면서 우리가 집회에서 마이크 잡고 발언하면 꼭 아까 삼촌처럼 반응하지. 우아, 청소년이 대단한데, 이러면서.”
“나 좀 안 갈구면 안 되겠니. 사과할게.”
“아, 됐고. 박근혜 퇴진하고 대통령 선거할 때 청소년들은 투표도 못 했잖아. 이게 뭐냐고.”
“할 말이 없다. 잘못했다.”
“2018년 지방선거 때도 말이야, 교육감 선거를 하는데 왜 청소년들은 투표권이 없냐고.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에 열심히 참여하는 게 민주적인 시민이라며. 우리는 열심히 참여할 의지도 있고 에너지도 충만하다고. 그런데 왜 우리에겐 투표권이 없냐고. 이건 시민불복종을 할 수도 없잖아. 누굴 떨어뜨리거나 당선시키자는 운동도 아니고. 어디다 대고 해야 해?” (본문 82~83쪽)

삼촌이 이야기한 역사를 바꾼 여러 시민불복종 사례를 들으면서, 그리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자기 몸을 바친 청소년의 행동을 확인하면서 조카는 분노한다. 왜 우리에게는, 청소년에게는 참여의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중요한 순간마다 몸 바쳐 싸운 청소년 덕분에 사회가 변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당장 청소년이 사회를 바꾸려고 거리로 나가면 누가 시켜서 그런 거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거나, 너희들이 뭘 안다고 나서냐며 비아냥대거나 무시한다고 조카는 분개한다. 당장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감 선거를 할 때도 청소년은 연령 제한 때문에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 기후 변화나 에너지 문제처럼 자신들이 맞닥뜨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공식적으로 인정된 정치적 행동 무대가 없다. 시민권은 없이 〈청소년 보호법〉이라는 허울 좋은 굴레 안에서 그저 보호의 대상으로 가만히 앉아 있기를 강요당한다.
청소년의 참여는 사회 변화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법은 기본적으로 청소년을 보호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청소년의 사회 참여는 법으로 제한을 받거나 금지된다. 민주시민은 일상생활 속에서 참여하고 비판하며 민주주의를 체득해야 하는데, 한국은 민주시민 ‘교육’만 하려 하지 권리를 주려 하지 않는다. 청소년은 지금 시민이다. 청소년들의 정치를 미래로 유예시키지 말고 지금 이곳의 변화를 위해 삼촌은 조카에게 손을 내민다. “이제 정말 우리가 손을 잡고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지도 모르겠네. 그러니 동지, 같이 갑시다.” “뭐, 미덥진 않지만 열심히 하신다면 같이 가 보겠소.”


세상이 부조리하다면 우리가 바꾼다 - 청소년들의 행진

그래도 청소년들은 현실의 제약을 요리조리 피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자연자원의 고갈과 생태계 파괴, 기후 변화 등 이미 시작되었고 빠른 속도로 심각해지고 있는 위기들은 청소년 당사자들의 고민과 주장을 심화시키고 있다.
“투표권이 없는 우리는 우리의 미래가 더 이상 망가지는 걸 볼 수가 없어서 학교 대신 거리로 나왔다.” 2019년 3월 15일 전 세계 청소년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동시에 벌였다. 2018년 9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를 빠지고 기후변화 대응 시위를 벌인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의 행동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전 세계 청소년의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어 9월 21일과 27일에는 전 세계에서 기후파업이 일어났다.
일명 ‘우산혁명’이라고 불리는 2014년의 홍콩 시민의 불복종 운동을 보자. 행정장관의 직선제를 요구한 시위에서 리더 역할을 한 조슈야 웡은 “10년 뒤 초등학생들이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시위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자신이 지금 왜, 이곳에서 시위를 벌이는지 일갈했다.
2018년 10월 3일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총회가 인천광역시 송도에서 열릴 때 한국의 청소년기후소송단이 지구를 지키기 위한 1.5도 보고서를 채택하라고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날 집회 발언 중 소송단 일원 오연재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청소년은 미래세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모인 모두가, 지구에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해야 하는 학생이 아닙니다. 문제를 인지하고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9년 6월 6일 청소년 환경단체 ‘우리도제주도’가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처럼 공식 발언을 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 제주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제주에만 있는 오름을 망가뜨리는 걸, 관광객이 난장판 치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2공항이 제주에 절대 득이 되지 않고,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제2공항이 들어오면 제주 공동체가 깨진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들어 와 여러 문제들이 생겼는데 사람을 더 들이겠다는 것은, 제주도를 콩나물시루처럼 만들겠다는 말인 걸 알고 있습니다.”
소속 단원 여러 명이 각자의 발언문을 준비했는데, 그중 표선고등학교 재학생 이건웅은 제2공항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많은 학생이 알지 못하고 공부에만 집중하며 사회에 관심을 가질 시간조차 없어서, 그런 문제들을 많이 알리기 위해 발언문을 쓰게 되었다며 “저는 더 이상 과거를 탓하며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또 어른들에게만 믿고 맡기지 않겠습니다. ‘어른들만 믿고 공부나 해라’, ‘가만히 있으라’ 언제까지 이런 소리나 들으며 살아야 합니까? 왜 우리에게 묻지 않습니까? 왜 우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습니까? 우리도 생각이 있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또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침묵해야 할 존재가 아니고 앞장서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 내고 행동해야 될 주체입니다. 이제는 우리 학생들이 세상을 바꾸어 가야 할 시간입니다. 또 어른들은 이제 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할 시간입니다.”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더 이상 기록으로 확인하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일, 기성세대가 만드는 일이 아니라 청소년이 확실한 주인공인 행동. 이 책은 바로 이것을 알리고 있다. 어쩌면 이미 시민불복종 쫌 ‘하는’ 십대가 이 책을 읽고 이론적으로도 무장된 ‘아는’ 십대로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왜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깨닫게 될 테니까. 만약 알지도 하지도 않는 청소년이라면 더더욱 이 책에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우리도제주도’ 소속 이건웅의 말처럼 많은 청소년이 이 책을 읽는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이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먼저 읽고 먼저 그 필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의 절실한 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어른과 아이, 너와 나의 구분 없이 시민 모두가 절박한 심정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마음. 그 마음이 손을 잡고 거대한 울타리를 만들 때 우리 사는 지구가, 자연이 지속될 수 있다. 더 이상 지구는 안전하지 않다. 우리가 울타리가 되어 지킬 때이다. 《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가 절박함의 구호로 쓰이길 바란다.


◇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열띤 사회 토론의 장 〈사회 쫌 아는 십대〉
〈사회 쫌 아는 십대〉는 초등과 고등 사이, 거대한 지식의 산 앞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십대, 특히 중학생을 위해 기획된 시리즈로, 다양한 사회 문제 중에서 시사점이 있고 활발한 토론거리가 될 주제를 뽑아 한 권 한 권에 담았다. 점점 더 독서와 토론이 교육의 중요 목표가 되어 가는 이때에,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사회 쫌 아는 십대〉 시리즈는 심혈을 기울였다.
첫째, 주제 선정. 협소한 듯 보이는 한 책의 주제는 그 안에 광범위한 분야를 내포하기도 하고, 우리가 지금까지 놓쳤던 문제의식을 되찾아 주기도 하며, 청소년이 찬반 혹은 중론의 입장에서 그 사안을 다양한 시선으로 해부해 자유롭게 그러나 논리를 갖고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토론거리들로 선정했다.
둘째, 전문성. 각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하며 행동해 왔던 전문가가 집필을 맡았다.
셋째, 독자 친화성. 억지로 하는 독서는 불가능하다. 읽는 재미가 아는 재미를 이끈다. 〈사회 쫌 아는 십대〉 시리즈는 십대의 입장에서 공감이 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일까를 가장 고민했고, 먼 얘기가 아닌 십대의 이야기, 십대의 입말을 최대한 살려 이야기를 풀어 가려고 했다. 적당한 분량감에 내용을 살리는 삽화를 적절히 넣어서 단숨에 한 권을 읽어 낼 수 있게 했다.
넷째, 유쾌한 지식 놀이. 단편적인 지식에 그치지 않고 그 지식을 실생활에 접목해서 응용하며, 한 분야의 지식을 다양한 분야와 연결시켜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친절한 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01《최저임금 쫌 아는 10대》를 시작으로 02《시장과 가격 쫌 아는 10대》 03《국제거래와 환율 쫌 아는 10》 04《유튜브 쫌 아는 10대》(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05《젠트리피케이션 쫌 아는 10대》 06《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07《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가 출간되었다. 이후로 탈성장, 공유경제, 미디어 리터러시, 힙합 등 우리 사회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숙해질 주제들을 가지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 갈 예정이다. 교과서로는 재미와 깊이, 사고의 확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십대 청소년이라면 〈사회 쫌 아는 십대〉를 계속해서 만나며 지금까지의 갈증을 해소하고 더욱 성장할 기회를 갖기를 제안한다.

목차

[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

세상이 부조리하다면 우리가 바꾼다
‘시민불복종’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은 조카와 삼촌의 지식 공방전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열띤 사회 토론의 장’ 풀빛의 청소년 교양 사회 시리즈 〈사회 쫌 아는 십대〉의 07번《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 부당함에 맞서는 삐따기들의 행진》이 출간되었다. 시리즈 01번 《최저임금 쫌 아는 10대: 까칠한 백수 삼촌의 최저임금 명강의》의 개성 만점 두 주인공 백수 삼촌과 철부지 중학생 조카가 다시 한 번 뭉쳤다. 이번에는 잘못된 법을 어겨도 되는지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한 판 붙었다. 논쟁을 이어 가는 주제는 ‘시민불복종’. 18대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시작해,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시민의 불복종 사례를 되짚어 보며 부조리한 제도, 잘못된 법을 고쳐 나가려는 깨어 있는 시민의 용기에 주목한다. 혁명과 불복종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완전무결하지 않은 불복종의 부작용과 불복종이 감수해야 하는 후유증은 무엇인지 깨시민이 되기 위한 그들의 논쟁은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넌다. 사회 변화의 주역으로서 청소년이 해 왔던 불복종 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도 함께 모색한다. 한층 성숙해진 조카의 날카로움과 훨씬 더 유연해진 삼촌의 넉살이 맞붙은 한 판 대결을 기대하라.


시민의 정체, 불복종의 조건

“내 목은 잘라도 머리털은 못 자른다.”
“왜? 누가 목 자른데?”
“아니, 머리털을 자르래. 학교에서. 아니 왜 개명천지, 21세기에 헤어스타일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데. 이게 말이 되냐고.”
“그러게. 왜 그런데. … 서울시교육청은 이제 두발 자유화 한다고 하던데. …”
“와, 대박. 역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하더니. 나, 서울로 전학갈래. … 삼촌이 엄마 아빠한테 얘기해 주면 안 돼?”
“청소년, 그런 건 이제 네가 쟁취할 나이야. 네가 서울 가면 여기 후배들은 어쩌냐. 사회를 바꿔야 모든 사람이 혜택을 입지.”
“촛불은 들고 나갔다 오면 되지만 학교랑 어떻게 싸우냐고.”
“청소년, 혹시 시민불복종이라고 들어 봤나?”
“들어는 봤지.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본문 13~15쪽)

머리 길이를 제한하는 학칙에 따라 원치 않는 이발을 해야 하는 현실에 놓인 중학생 조카. 머리털을 자르기는 싫고, 그렇다고 학칙을 어길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두발 자유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로 전학 가는 걸, 한마디로 현실 도피를 도와달라고 삼촌에게 청한다. 그러자 삼촌이 하나의 카드를 내민다. 이름하여 ‘시민불복종’. 들어는 봤지만 의미는 알지 못하는 조카를 위해 삼촌은 2016년 18대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의 추억을 꺼낸다. 당시 촛불행진은 합법이었냐는 질문과 함께.
2016년의 촛불집회가 합법이 될 수 있었던 건 수많은 이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삼촌은 설명한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있었던 2008년에만 해도 촛불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시위로 규정되어 있었다. 때문에 촛불집회 주도자는 기소가 되었고, 이렇게 기소된 사람들이 이 법률이 헌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2016년 촛불집회를 많은 시민이 이어 갈 수 있었다는 걸 알려 준다. 시민불복종에 대한 삼촌의 가르침은 계속된다.
시민불복종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시민’의 뜻과 ‘불복종’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삼촌은 시민이 단순히 도시의 주민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며 서로 연대하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함께 지키는 주체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설명한다. 불복종은 개인끼리의 일에도 쓸 수 있는 반항이나 저항과 달리 정부나 거대한 권력에 맞설 때 사용한다. 그리고 저항의 대상을 명확하게 정의한다. 예컨대, 이 법의 이런 점이 이렇게 부당하기 때문에 따르지 않겠노라는 저항의 이유가 분명한 것이다. 이때 그 이유는 저항의 대상이 된 (제도나) 법이 개인적인 생각이나 이익과 어긋나서가 아니라 자유나 평등, 평화, 사회정의 같은 가치를 파괴하기 때문일 때만 인정된다.
이런 시민불복종의 역사는 길고, 그것의 내용 또한 광범위하다는 것을 조카는 계속된 대화를 통해 하나씩 알아 나간다. 미국이 멕시코와 벌이는 전쟁을 반대하며, 부당한 전쟁에 자신의 세금이 쓰이는 것이 싫어 납세 거부 운동을 벌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식민지 인도에서 소금 독점판매와 높은 세금을 매긴 영국에 저항하기 위해 소금을 직접 만들자는 마하트마 간디의 소금행진. 미국에서 백인을 위한 흑인의 버스 자리 양보 규칙을 어긴 로자 파크스의 행동이 시발점이 된 흑인들의 민권법 투쟁. 그리고 2000년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진, 부패한 국회의원들을 공천에서 제외하고 선거에서 떨어뜨리자는 낙천낙선 운동까지. 시대도 장소도 제각각인 이 모든 시민불복종 사례는 당시에 행해진 부당한 법을 바꾸기 위해 그 법을 지키지 않는 행동이었다. 또한 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을 감수해야만 했다.
여전히 아리송한 얼굴의 조카에게 삼촌은 존 롤스가 얘기한 시민불복종의 일곱 가지 조건을 말한다. 첫째, 목적이 정당할 것. 둘째,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할 것. 셋째,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될 것. 넷째, 폭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 다섯째,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것. 여섯째, 성공의 가능성이 있을 것. 일곱째, 처벌을 받아들일 것.
“잠깐, 처벌을 받아들인다고?”


불법으로 법을 지킨다

2018년에 만들어진 영국의 시민 단체 ‘멸종저항’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2019년 4월 15일부터 수만 명의 영국 시민이 의회광장과 워털루다리, 마블 아치, 자연사박물관 등을 점거하고 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 시위를 벌이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천 명이 넘는 시민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최근 들어 영국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시민불복종 운동이다.
지금도 그러한데 과거 불복종의 경우는 어떠했겠는가. 역사적으로 시민불복종 운동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체포되었다. 납세를 거부한 소로, 소금행진을 이끈 간디, 백인에게 좌석을 양보하지 않은 로자 파크스, 낙천낙선 운동을 벌인 시민단체 모두 체포되었거나 감옥에 갇혔다.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감옥에 가는 걸 전략으로 내세운 운동도 있었다. 1960년대 미국 버밍햄시에서 벌어진 흑인민권운동은 심각한 인종차별 정책에 저항하기 위해 불법으로 규정된 시위를 계속했고, 수많은 청소년의 참여로 감옥 수감자가 수용 인원을 넘어서면서 미국 전역에 이 일이 알려지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결국 인종분리조례가 폐지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시민불복종에서 처벌을 받는 건 의도적이다. 그래야 시민들이 그 법의 부당함을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낙천낙선 운동을 통해 선거법이 바뀌면서 시민단체가 기준을 만들어 선정한 낙천자 명단을 정당에 전달하거나 공개하는 행위가 허용되었다. 이렇게 시민불복종은 조금씩 제도를 바꾸는 운동이다. 역설이지만 시민불복종은 법을 지키기 위한 운동, 준법운동일 수 있다고 삼촌은 말한다. 왜냐하면 법을 모두 없애자는 운동이 아니라 내가 지킬 수 있는 법, 내가 지키고 싶은 법을 요구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불복종은 법을 지키지 않는 운동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법으로 바꾸려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시민불복종을 선언한 사람들은 법을 피해 도망치거나 처벌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시민불복종은 시민에게 허용된 최후의 권리이다. 부당한 현실을 눈감고 피해 가지 않고 뭐라도 하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며 시민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이 바로 시민불복종의 순간이다. 그 뒤에 올 일은 날것의 몸싸움일 수도 있고, 거리에서 서명을 받는 활동일 수도 있고, 법정의 치열한 논리싸움일 수도 있다.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만이 아니라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건설,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건설반대 운동에서도 많은 시민이 불복종 운동을 펼쳤다. 당장 진행 중인 공사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런 군사기지나 송전탑, 시설들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그 절차와 정당성은 확보되어 있는지 등을 물으면서 시민들은 정부 결정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졌다. 만약 이런 활동들의 없었다면? 정부의 결정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정당성과 주민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없다면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부각될수록 정부는 더욱더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것이다. 인간이 내리는 결정인 이상 어떤 것이든 잘못된 수 있고, 그런 잘못을 줄이고 바로잡는 과정이 중요하다면, 시민불복종은 그런 잘못을 줄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잘못된 법이나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시민불복종이 생길 이유도 없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그 힘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나선다. 심지어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 그러니 그런 활동이 없었다면 사회가 더 많은 피해와 손해를 감수하게 되었을 거란 점에서 우리 사회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인 시민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청소년을 시민으로 인정하라

“이 한심한 나라가 이 정도로 유지되는 건 그래도 청소년들이 움직여서 아니겠어.”
“맞아. 박근혜 대통령 퇴진 때도 청소년들이 열심히 뛰었단 말이지. 학교에 대자보도 붙이고.”
“오, 대자보도 붙였어. 대단한데.”
“대단한테, 그런 태도가 문제야. 그것 때문에 학생들이 징계를 받았단 말이야. 대통령만 퇴진시키면 뭐해. 학교는 그대로인데. … 하긴 아직도 두발 검사하고 교복 입어라 그러고 핸드폰도 압수하는 나라니. 그러면서 우리가 집회에서 마이크 잡고 발언하면 꼭 아까 삼촌처럼 반응하지. 우아, 청소년이 대단한데, 이러면서.”
“나 좀 안 갈구면 안 되겠니. 사과할게.”
“아, 됐고. 박근혜 퇴진하고 대통령 선거할 때 청소년들은 투표도 못 했잖아. 이게 뭐냐고.”
“할 말이 없다. 잘못했다.”
“2018년 지방선거 때도 말이야, 교육감 선거를 하는데 왜 청소년들은 투표권이 없냐고.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에 열심히 참여하는 게 민주적인 시민이라며. 우리는 열심히 참여할 의지도 있고 에너지도 충만하다고. 그런데 왜 우리에겐 투표권이 없냐고. 이건 시민불복종을 할 수도 없잖아. 누굴 떨어뜨리거나 당선시키자는 운동도 아니고. 어디다 대고 해야 해?” (본문 82~83쪽)

삼촌이 이야기한 역사를 바꾼 여러 시민불복종 사례를 들으면서, 그리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자기 몸을 바친 청소년의 행동을 확인하면서 조카는 분노한다. 왜 우리에게는, 청소년에게는 참여의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중요한 순간마다 몸 바쳐 싸운 청소년 덕분에 사회가 변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당장 청소년이 사회를 바꾸려고 거리로 나가면 누가 시켜서 그런 거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거나, 너희들이 뭘 안다고 나서냐며 비아냥대거나 무시한다고 조카는 분개한다. 당장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감 선거를 할 때도 청소년은 연령 제한 때문에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 기후 변화나 에너지 문제처럼 자신들이 맞닥뜨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공식적으로 인정된 정치적 행동 무대가 없다. 시민권은 없이 〈청소년 보호법〉이라는 허울 좋은 굴레 안에서 그저 보호의 대상으로 가만히 앉아 있기를 강요당한다.
청소년의 참여는 사회 변화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법은 기본적으로 청소년을 보호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청소년의 사회 참여는 법으로 제한을 받거나 금지된다. 민주시민은 일상생활 속에서 참여하고 비판하며 민주주의를 체득해야 하는데, 한국은 민주시민 ‘교육’만 하려 하지 권리를 주려 하지 않는다. 청소년은 지금 시민이다. 청소년들의 정치를 미래로 유예시키지 말고 지금 이곳의 변화를 위해 삼촌은 조카에게 손을 내민다. “이제 정말 우리가 손을 잡고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지도 모르겠네. 그러니 동지, 같이 갑시다.” “뭐, 미덥진 않지만 열심히 하신다면 같이 가 보겠소.”


세상이 부조리하다면 우리가 바꾼다 - 청소년들의 행진

그래도 청소년들은 현실의 제약을 요리조리 피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자연자원의 고갈과 생태계 파괴, 기후 변화 등 이미 시작되었고 빠른 속도로 심각해지고 있는 위기들은 청소년 당사자들의 고민과 주장을 심화시키고 있다.
“투표권이 없는 우리는 우리의 미래가 더 이상 망가지는 걸 볼 수가 없어서 학교 대신 거리로 나왔다.” 2019년 3월 15일 전 세계 청소년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동시에 벌였다. 2018년 9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를 빠지고 기후변화 대응 시위를 벌인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의 행동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전 세계 청소년의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어 9월 21일과 27일에는 전 세계에서 기후파업이 일어났다.
일명 ‘우산혁명’이라고 불리는 2014년의 홍콩 시민의 불복종 운동을 보자. 행정장관의 직선제를 요구한 시위에서 리더 역할을 한 조슈야 웡은 “10년 뒤 초등학생들이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시위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자신이 지금 왜, 이곳에서 시위를 벌이는지 일갈했다.
2018년 10월 3일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총회가 인천광역시 송도에서 열릴 때 한국의 청소년기후소송단이 지구를 지키기 위한 1.5도 보고서를 채택하라고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날 집회 발언 중 소송단 일원 오연재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청소년은 미래세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모인 모두가, 지구에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해야 하는 학생이 아닙니다. 문제를 인지하고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9년 6월 6일 청소년 환경단체 ‘우리도제주도’가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처럼 공식 발언을 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 제주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제주에만 있는 오름을 망가뜨리는 걸, 관광객이 난장판 치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2공항이 제주에 절대 득이 되지 않고,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제2공항이 들어오면 제주 공동체가 깨진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들어 와 여러 문제들이 생겼는데 사람을 더 들이겠다는 것은, 제주도를 콩나물시루처럼 만들겠다는 말인 걸 알고 있습니다.”
소속 단원 여러 명이 각자의 발언문을 준비했는데, 그중 표선고등학교 재학생 이건웅은 제2공항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많은 학생이 알지 못하고 공부에만 집중하며 사회에 관심을 가질 시간조차 없어서, 그런 문제들을 많이 알리기 위해 발언문을 쓰게 되었다며 “저는 더 이상 과거를 탓하며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또 어른들에게만 믿고 맡기지 않겠습니다. ‘어른들만 믿고 공부나 해라’, ‘가만히 있으라’ 언제까지 이런 소리나 들으며 살아야 합니까? 왜 우리에게 묻지 않습니까? 왜 우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습니까? 우리도 생각이 있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또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침묵해야 할 존재가 아니고 앞장서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 내고 행동해야 될 주체입니다. 이제는 우리 학생들이 세상을 바꾸어 가야 할 시간입니다. 또 어른들은 이제 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할 시간입니다.”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더 이상 기록으로 확인하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일, 기성세대가 만드는 일이 아니라 청소년이 확실한 주인공인 행동. 이 책은 바로 이것을 알리고 있다. 어쩌면 이미 시민불복종 쫌 ‘하는’ 십대가 이 책을 읽고 이론적으로도 무장된 ‘아는’ 십대로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왜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깨닫게 될 테니까. 만약 알지도 하지도 않는 청소년이라면 더더욱 이 책에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우리도제주도’ 소속 이건웅의 말처럼 많은 청소년이 이 책을 읽는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이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먼저 읽고 먼저 그 필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의 절실한 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어른과 아이, 너와 나의 구분 없이 시민 모두가 절박한 심정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마음. 그 마음이 손을 잡고 거대한 울타리를 만들 때 우리 사는 지구가, 자연이 지속될 수 있다. 더 이상 지구는 안전하지 않다. 우리가 울타리가 되어 지킬 때이다. 《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가 절박함의 구호로 쓰이길 바란다.


◇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열띤 사회 토론의 장 〈사회 쫌 아는 십대〉
〈사회 쫌 아는 십대〉는 초등과 고등 사이, 거대한 지식의 산 앞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십대, 특히 중학생을 위해 기획된 시리즈로, 다양한 사회 문제 중에서 시사점이 있고 활발한 토론거리가 될 주제를 뽑아 한 권 한 권에 담았다. 점점 더 독서와 토론이 교육의 중요 목표가 되어 가는 이때에,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사회 쫌 아는 십대〉 시리즈는 심혈을 기울였다.
첫째, 주제 선정. 협소한 듯 보이는 한 책의 주제는 그 안에 광범위한 분야를 내포하기도 하고, 우리가 지금까지 놓쳤던 문제의식을 되찾아 주기도 하며, 청소년이 찬반 혹은 중론의 입장에서 그 사안을 다양한 시선으로 해부해 자유롭게 그러나 논리를 갖고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토론거리들로 선정했다.
둘째, 전문성. 각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하며 행동해 왔던 전문가가 집필을 맡았다.
셋째, 독자 친화성. 억지로 하는 독서는 불가능하다. 읽는 재미가 아는 재미를 이끈다. 〈사회 쫌 아는 십대〉 시리즈는 십대의 입장에서 공감이 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일까를 가장 고민했고, 먼 얘기가 아닌 십대의 이야기, 십대의 입말을 최대한 살려 이야기를 풀어 가려고 했다. 적당한 분량감에 내용을 살리는 삽화를 적절히 넣어서 단숨에 한 권을 읽어 낼 수 있게 했다.
넷째, 유쾌한 지식 놀이. 단편적인 지식에 그치지 않고 그 지식을 실생활에 접목해서 응용하며, 한 분야의 지식을 다양한 분야와 연결시켜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친절한 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01《최저임금 쫌 아는 10대》를 시작으로 02《시장과 가격 쫌 아는 10대》 03《국제거래와 환율 쫌 아는 10》 04《유튜브 쫌 아는 10대》(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05《젠트리피케이션 쫌 아는 10대》 06《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07《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가 출간되었다. 이후로 탈성장, 공유경제, 미디어 리터러시, 힙합 등 우리 사회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숙해질 주제들을 가지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 갈 예정이다. 교과서로는 재미와 깊이, 사고의 확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십대 청소년이라면 〈사회 쫌 아는 십대〉를 계속해서 만나며 지금까지의 갈증을 해소하고 더욱 성장할 기회를 갖기를 제안한다.

저자소개

세상이 부조리하다면 우리가 바꾼다
‘시민불복종’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은 조카와 삼촌의 지식 공방전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열띤 사회 토론의 장’ 풀빛의 청소년 교양 사회 시리즈 〈사회 쫌 아는 십대〉의 07번《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 부당함에 맞서는 삐따기들의 행진》이 출간되었다. 시리즈 01번 《최저임금 쫌 아는 10대: 까칠한 백수 삼촌의 최저임금 명강의》의 개성 만점 두 주인공 백수 삼촌과 철부지 중학생 조카가 다시 한 번 뭉쳤다. 이번에는 잘못된 법을 어겨도 되는지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한 판 붙었다. 논쟁을 이어 가는 주제는 ‘시민불복종’. 18대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시작해,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시민의 불복종 사례를 되짚어 보며 부조리한 제도, 잘못된 법을 고쳐 나가려는 깨어 있는 시민의 용기에 주목한다. 혁명과 불복종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완전무결하지 않은 불복종의 부작용과 불복종이 감수해야 하는 후유증은 무엇인지 깨시민이 되기 위한 그들의 논쟁은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넌다. 사회 변화의 주역으로서 청소년이 해 왔던 불복종 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도 함께 모색한다. 한층 성숙해진 조카의 날카로움과 훨씬 더 유연해진 삼촌의 넉살이 맞붙은 한 판 대결을 기대하라.


시민의 정체, 불복종의 조건

“내 목은 잘라도 머리털은 못 자른다.”
“왜? 누가 목 자른데?”
“아니, 머리털을 자르래. 학교에서. 아니 왜 개명천지, 21세기에 헤어스타일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데. 이게 말이 되냐고.”
“그러게. 왜 그런데. … 서울시교육청은 이제 두발 자유화 한다고 하던데. …”
“와, 대박. 역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하더니. 나, 서울로 전학갈래. … 삼촌이 엄마 아빠한테 얘기해 주면 안 돼?”
“청소년, 그런 건 이제 네가 쟁취할 나이야. 네가 서울 가면 여기 후배들은 어쩌냐. 사회를 바꿔야 모든 사람이 혜택을 입지.”
“촛불은 들고 나갔다 오면 되지만 학교랑 어떻게 싸우냐고.”
“청소년, 혹시 시민불복종이라고 들어 봤나?”
“들어는 봤지.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본문 13~15쪽)

머리 길이를 제한하는 학칙에 따라 원치 않는 이발을 해야 하는 현실에 놓인 중학생 조카. 머리털을 자르기는 싫고, 그렇다고 학칙을 어길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두발 자유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로 전학 가는 걸, 한마디로 현실 도피를 도와달라고 삼촌에게 청한다. 그러자 삼촌이 하나의 카드를 내민다. 이름하여 ‘시민불복종’. 들어는 봤지만 의미는 알지 못하는 조카를 위해 삼촌은 2016년 18대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의 추억을 꺼낸다. 당시 촛불행진은 합법이었냐는 질문과 함께.
2016년의 촛불집회가 합법이 될 수 있었던 건 수많은 이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삼촌은 설명한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있었던 2008년에만 해도 촛불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시위로 규정되어 있었다. 때문에 촛불집회 주도자는 기소가 되었고, 이렇게 기소된 사람들이 이 법률이 헌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2016년 촛불집회를 많은 시민이 이어 갈 수 있었다는 걸 알려 준다. 시민불복종에 대한 삼촌의 가르침은 계속된다.
시민불복종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시민’의 뜻과 ‘불복종’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삼촌은 시민이 단순히 도시의 주민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며 서로 연대하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함께 지키는 주체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설명한다. 불복종은 개인끼리의 일에도 쓸 수 있는 반항이나 저항과 달리 정부나 거대한 권력에 맞설 때 사용한다. 그리고 저항의 대상을 명확하게 정의한다. 예컨대, 이 법의 이런 점이 이렇게 부당하기 때문에 따르지 않겠노라는 저항의 이유가 분명한 것이다. 이때 그 이유는 저항의 대상이 된 (제도나) 법이 개인적인 생각이나 이익과 어긋나서가 아니라 자유나 평등, 평화, 사회정의 같은 가치를 파괴하기 때문일 때만 인정된다.
이런 시민불복종의 역사는 길고, 그것의 내용 또한 광범위하다는 것을 조카는 계속된 대화를 통해 하나씩 알아 나간다. 미국이 멕시코와 벌이는 전쟁을 반대하며, 부당한 전쟁에 자신의 세금이 쓰이는 것이 싫어 납세 거부 운동을 벌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식민지 인도에서 소금 독점판매와 높은 세금을 매긴 영국에 저항하기 위해 소금을 직접 만들자는 마하트마 간디의 소금행진. 미국에서 백인을 위한 흑인의 버스 자리 양보 규칙을 어긴 로자 파크스의 행동이 시발점이 된 흑인들의 민권법 투쟁. 그리고 2000년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진, 부패한 국회의원들을 공천에서 제외하고 선거에서 떨어뜨리자는 낙천낙선 운동까지. 시대도 장소도 제각각인 이 모든 시민불복종 사례는 당시에 행해진 부당한 법을 바꾸기 위해 그 법을 지키지 않는 행동이었다. 또한 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을 감수해야만 했다.
여전히 아리송한 얼굴의 조카에게 삼촌은 존 롤스가 얘기한 시민불복종의 일곱 가지 조건을 말한다. 첫째, 목적이 정당할 것. 둘째,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할 것. 셋째,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될 것. 넷째, 폭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 다섯째,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것. 여섯째, 성공의 가능성이 있을 것. 일곱째, 처벌을 받아들일 것.
“잠깐, 처벌을 받아들인다고?”


불법으로 법을 지킨다

2018년에 만들어진 영국의 시민 단체 ‘멸종저항’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2019년 4월 15일부터 수만 명의 영국 시민이 의회광장과 워털루다리, 마블 아치, 자연사박물관 등을 점거하고 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 시위를 벌이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천 명이 넘는 시민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최근 들어 영국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시민불복종 운동이다.
지금도 그러한데 과거 불복종의 경우는 어떠했겠는가. 역사적으로 시민불복종 운동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체포되었다. 납세를 거부한 소로, 소금행진을 이끈 간디, 백인에게 좌석을 양보하지 않은 로자 파크스, 낙천낙선 운동을 벌인 시민단체 모두 체포되었거나 감옥에 갇혔다.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감옥에 가는 걸 전략으로 내세운 운동도 있었다. 1960년대 미국 버밍햄시에서 벌어진 흑인민권운동은 심각한 인종차별 정책에 저항하기 위해 불법으로 규정된 시위를 계속했고, 수많은 청소년의 참여로 감옥 수감자가 수용 인원을 넘어서면서 미국 전역에 이 일이 알려지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결국 인종분리조례가 폐지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시민불복종에서 처벌을 받는 건 의도적이다. 그래야 시민들이 그 법의 부당함을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낙천낙선 운동을 통해 선거법이 바뀌면서 시민단체가 기준을 만들어 선정한 낙천자 명단을 정당에 전달하거나 공개하는 행위가 허용되었다. 이렇게 시민불복종은 조금씩 제도를 바꾸는 운동이다. 역설이지만 시민불복종은 법을 지키기 위한 운동, 준법운동일 수 있다고 삼촌은 말한다. 왜냐하면 법을 모두 없애자는 운동이 아니라 내가 지킬 수 있는 법, 내가 지키고 싶은 법을 요구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불복종은 법을 지키지 않는 운동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법으로 바꾸려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시민불복종을 선언한 사람들은 법을 피해 도망치거나 처벌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시민불복종은 시민에게 허용된 최후의 권리이다. 부당한 현실을 눈감고 피해 가지 않고 뭐라도 하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며 시민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이 바로 시민불복종의 순간이다. 그 뒤에 올 일은 날것의 몸싸움일 수도 있고, 거리에서 서명을 받는 활동일 수도 있고, 법정의 치열한 논리싸움일 수도 있다.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만이 아니라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건설,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건설반대 운동에서도 많은 시민이 불복종 운동을 펼쳤다. 당장 진행 중인 공사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런 군사기지나 송전탑, 시설들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그 절차와 정당성은 확보되어 있는지 등을 물으면서 시민들은 정부 결정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졌다. 만약 이런 활동들의 없었다면? 정부의 결정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정당성과 주민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없다면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부각될수록 정부는 더욱더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것이다. 인간이 내리는 결정인 이상 어떤 것이든 잘못된 수 있고, 그런 잘못을 줄이고 바로잡는 과정이 중요하다면, 시민불복종은 그런 잘못을 줄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잘못된 법이나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시민불복종이 생길 이유도 없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그 힘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나선다. 심지어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 그러니 그런 활동이 없었다면 사회가 더 많은 피해와 손해를 감수하게 되었을 거란 점에서 우리 사회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인 시민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청소년을 시민으로 인정하라

“이 한심한 나라가 이 정도로 유지되는 건 그래도 청소년들이 움직여서 아니겠어.”
“맞아. 박근혜 대통령 퇴진 때도 청소년들이 열심히 뛰었단 말이지. 학교에 대자보도 붙이고.”
“오, 대자보도 붙였어. 대단한데.”
“대단한테, 그런 태도가 문제야. 그것 때문에 학생들이 징계를 받았단 말이야. 대통령만 퇴진시키면 뭐해. 학교는 그대로인데. … 하긴 아직도 두발 검사하고 교복 입어라 그러고 핸드폰도 압수하는 나라니. 그러면서 우리가 집회에서 마이크 잡고 발언하면 꼭 아까 삼촌처럼 반응하지. 우아, 청소년이 대단한데, 이러면서.”
“나 좀 안 갈구면 안 되겠니. 사과할게.”
“아, 됐고. 박근혜 퇴진하고 대통령 선거할 때 청소년들은 투표도 못 했잖아. 이게 뭐냐고.”
“할 말이 없다. 잘못했다.”
“2018년 지방선거 때도 말이야, 교육감 선거를 하는데 왜 청소년들은 투표권이 없냐고.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에 열심히 참여하는 게 민주적인 시민이라며. 우리는 열심히 참여할 의지도 있고 에너지도 충만하다고. 그런데 왜 우리에겐 투표권이 없냐고. 이건 시민불복종을 할 수도 없잖아. 누굴 떨어뜨리거나 당선시키자는 운동도 아니고. 어디다 대고 해야 해?” (본문 82~83쪽)

삼촌이 이야기한 역사를 바꾼 여러 시민불복종 사례를 들으면서, 그리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자기 몸을 바친 청소년의 행동을 확인하면서 조카는 분노한다. 왜 우리에게는, 청소년에게는 참여의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중요한 순간마다 몸 바쳐 싸운 청소년 덕분에 사회가 변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당장 청소년이 사회를 바꾸려고 거리로 나가면 누가 시켜서 그런 거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거나, 너희들이 뭘 안다고 나서냐며 비아냥대거나 무시한다고 조카는 분개한다. 당장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감 선거를 할 때도 청소년은 연령 제한 때문에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 기후 변화나 에너지 문제처럼 자신들이 맞닥뜨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공식적으로 인정된 정치적 행동 무대가 없다. 시민권은 없이 〈청소년 보호법〉이라는 허울 좋은 굴레 안에서 그저 보호의 대상으로 가만히 앉아 있기를 강요당한다.
청소년의 참여는 사회 변화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법은 기본적으로 청소년을 보호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청소년의 사회 참여는 법으로 제한을 받거나 금지된다. 민주시민은 일상생활 속에서 참여하고 비판하며 민주주의를 체득해야 하는데, 한국은 민주시민 ‘교육’만 하려 하지 권리를 주려 하지 않는다. 청소년은 지금 시민이다. 청소년들의 정치를 미래로 유예시키지 말고 지금 이곳의 변화를 위해 삼촌은 조카에게 손을 내민다. “이제 정말 우리가 손을 잡고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지도 모르겠네. 그러니 동지, 같이 갑시다.” “뭐, 미덥진 않지만 열심히 하신다면 같이 가 보겠소.”


세상이 부조리하다면 우리가 바꾼다 - 청소년들의 행진

그래도 청소년들은 현실의 제약을 요리조리 피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자연자원의 고갈과 생태계 파괴, 기후 변화 등 이미 시작되었고 빠른 속도로 심각해지고 있는 위기들은 청소년 당사자들의 고민과 주장을 심화시키고 있다.
“투표권이 없는 우리는 우리의 미래가 더 이상 망가지는 걸 볼 수가 없어서 학교 대신 거리로 나왔다.” 2019년 3월 15일 전 세계 청소년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동시에 벌였다. 2018년 9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를 빠지고 기후변화 대응 시위를 벌인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의 행동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전 세계 청소년의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어 9월 21일과 27일에는 전 세계에서 기후파업이 일어났다.
일명 ‘우산혁명’이라고 불리는 2014년의 홍콩 시민의 불복종 운동을 보자. 행정장관의 직선제를 요구한 시위에서 리더 역할을 한 조슈야 웡은 “10년 뒤 초등학생들이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시위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자신이 지금 왜, 이곳에서 시위를 벌이는지 일갈했다.
2018년 10월 3일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총회가 인천광역시 송도에서 열릴 때 한국의 청소년기후소송단이 지구를 지키기 위한 1.5도 보고서를 채택하라고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날 집회 발언 중 소송단 일원 오연재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청소년은 미래세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모인 모두가, 지구에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해야 하는 학생이 아닙니다. 문제를 인지하고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9년 6월 6일 청소년 환경단체 ‘우리도제주도’가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처럼 공식 발언을 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 제주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제주에만 있는 오름을 망가뜨리는 걸, 관광객이 난장판 치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2공항이 제주에 절대 득이 되지 않고,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제2공항이 들어오면 제주 공동체가 깨진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들어 와 여러 문제들이 생겼는데 사람을 더 들이겠다는 것은, 제주도를 콩나물시루처럼 만들겠다는 말인 걸 알고 있습니다.”
소속 단원 여러 명이 각자의 발언문을 준비했는데, 그중 표선고등학교 재학생 이건웅은 제2공항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많은 학생이 알지 못하고 공부에만 집중하며 사회에 관심을 가질 시간조차 없어서, 그런 문제들을 많이 알리기 위해 발언문을 쓰게 되었다며 “저는 더 이상 과거를 탓하며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또 어른들에게만 믿고 맡기지 않겠습니다. ‘어른들만 믿고 공부나 해라’, ‘가만히 있으라’ 언제까지 이런 소리나 들으며 살아야 합니까? 왜 우리에게 묻지 않습니까? 왜 우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습니까? 우리도 생각이 있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또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침묵해야 할 존재가 아니고 앞장서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 내고 행동해야 될 주체입니다. 이제는 우리 학생들이 세상을 바꾸어 가야 할 시간입니다. 또 어른들은 이제 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할 시간입니다.”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더 이상 기록으로 확인하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일, 기성세대가 만드는 일이 아니라 청소년이 확실한 주인공인 행동. 이 책은 바로 이것을 알리고 있다. 어쩌면 이미 시민불복종 쫌 ‘하는’ 십대가 이 책을 읽고 이론적으로도 무장된 ‘아는’ 십대로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왜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깨닫게 될 테니까. 만약 알지도 하지도 않는 청소년이라면 더더욱 이 책에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우리도제주도’ 소속 이건웅의 말처럼 많은 청소년이 이 책을 읽는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이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먼저 읽고 먼저 그 필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의 절실한 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어른과 아이, 너와 나의 구분 없이 시민 모두가 절박한 심정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마음. 그 마음이 손을 잡고 거대한 울타리를 만들 때 우리 사는 지구가, 자연이 지속될 수 있다. 더 이상 지구는 안전하지 않다. 우리가 울타리가 되어 지킬 때이다. 《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가 절박함의 구호로 쓰이길 바란다.


◇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열띤 사회 토론의 장 〈사회 쫌 아는 십대〉
〈사회 쫌 아는 십대〉는 초등과 고등 사이, 거대한 지식의 산 앞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십대, 특히 중학생을 위해 기획된 시리즈로, 다양한 사회 문제 중에서 시사점이 있고 활발한 토론거리가 될 주제를 뽑아 한 권 한 권에 담았다. 점점 더 독서와 토론이 교육의 중요 목표가 되어 가는 이때에,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사회 쫌 아는 십대〉 시리즈는 심혈을 기울였다.
첫째, 주제 선정. 협소한 듯 보이는 한 책의 주제는 그 안에 광범위한 분야를 내포하기도 하고, 우리가 지금까지 놓쳤던 문제의식을 되찾아 주기도 하며, 청소년이 찬반 혹은 중론의 입장에서 그 사안을 다양한 시선으로 해부해 자유롭게 그러나 논리를 갖고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토론거리들로 선정했다.
둘째, 전문성. 각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하며 행동해 왔던 전문가가 집필을 맡았다.
셋째, 독자 친화성. 억지로 하는 독서는 불가능하다. 읽는 재미가 아는 재미를 이끈다. 〈사회 쫌 아는 십대〉 시리즈는 십대의 입장에서 공감이 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일까를 가장 고민했고, 먼 얘기가 아닌 십대의 이야기, 십대의 입말을 최대한 살려 이야기를 풀어 가려고 했다. 적당한 분량감에 내용을 살리는 삽화를 적절히 넣어서 단숨에 한 권을 읽어 낼 수 있게 했다.
넷째, 유쾌한 지식 놀이. 단편적인 지식에 그치지 않고 그 지식을 실생활에 접목해서 응용하며, 한 분야의 지식을 다양한 분야와 연결시켜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친절한 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01《최저임금 쫌 아는 10대》를 시작으로 02《시장과 가격 쫌 아는 10대》 03《국제거래와 환율 쫌 아는 10》 04《유튜브 쫌 아는 10대》(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05《젠트리피케이션 쫌 아는 10대》 06《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07《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가 출간되었다. 이후로 탈성장, 공유경제, 미디어 리터러시, 힙합 등 우리 사회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숙해질 주제들을 가지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 갈 예정이다. 교과서로는 재미와 깊이, 사고의 확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십대 청소년이라면 〈사회 쫌 아는 십대〉를 계속해서 만나며 지금까지의 갈증을 해소하고 더욱 성장할 기회를 갖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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