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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치열했던 전쟁 이후의 한국사 (체험판)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살아남은 자들의 시간

이상훈

추수밭|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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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가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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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정보 2018.11.13|EPUB|31.72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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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장면 1: 1135년 2월
김부식이 서경을 공략함으로써 묘청의 난이 정리되었다. 난에서 가장 강하게 항거한 자는 ‘서경역적’이라는 네 글자를 이마에 새겨 해도로 보냈고, 그 다음에 해당하는 자는 ‘서경’ 두 글자를 새겨 향과 부곡으로 보냈다. 한국사에 ‘문신형’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후 문신을 받은 이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고려인들 사이에서 문신은 형벌이 아니라 일종의 유행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를 두고 송 시대 서긍은 ‘고려인들은 몸에 그림을 그리고 양반다리를 즐겨한다’고 회고했다.

장면 2: 1637년 2월 24일.
조선 인조가 청 숭덕제에게 삼궤구고두례의 예를 표하면서 전란이 끝났다. 조선은 국력이 고갈되는 국제전을 연이어 거치면서도 왕조를 이어갔다. 조선 또한 왕조나 막부가 교체되던 주변국들 못지않게 큰 변화를 겪었지만, 그 종착지는 역설적이게도 기존 시스템에 대한 보수였다. 이를 위해 조선은 향촌을 기반으로 사회를 촘촘하게 재건해나갔다. 그 절정은 종갓집의 폭발적인 증가와 전통의 발명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전통으로 알고 있는 상당수 문화 가운데에는 왜란이나 호란 이후부터 시작된 경우가 많다.

장면 3: 1905년 5월 27일
러일전쟁 이후 일본과 미국 사이에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조인되었고 이어서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은 국권을 상실한다. 조선총독부를 설치한 일제가 이른바 다이쇼데모크라시의 분위기 아래에서 한반도를 문화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담배와 홍삼의 제조 전매였다. 1914년 11월 조선연초주식회사는 《매일신보》에 당당하게 흡연하는 신여성을 그린 광고를 게재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무릇 부녀자란 숨어서 담배를 피워야 한다’는 강요가 예절로 통용되는 시절이었다. 이후 조선은 양담배를 문 끽연가들의 세상이 되었다. 이후 담배와 인삼을 국가가 관리하던 일제강점기 시절의 방식은 2002년 12월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민영화되기까지 이어졌다.
“전쟁이 끝나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전쟁 이후, 결정적이지만 고요했던 순간들의 역사

· 신라는 전란 이후 위기의 시절을 어떻게 전성기로 바꿨을까?

· 귀주대첩 이후 살아남은 거란인들은 고려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 전란이 끝난 다음에 왜 종가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을까?

· 러일전쟁 이후 무엇이 조선 신여성들의 흡연율을 높였을까?

· 6.25전쟁 종전 즈음 일본은 한국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을까?


《전략전술의 한국사》, 《신라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등 학자로서의 엄밀함을 견지하면서도 친절한 방식으로 전쟁의 역사를 대중에게 소개해온 저자가 이번에는 역사의 변곡점 가운데 하나인 주요 전쟁이 아닌 종전 이후의 역사들로만 아우른 한국사 신간을 출간했다. 전쟁 이후의 시간들은 한국사에서 과연 어떤 의미일까?


전쟁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전쟁 이후

인류의 역사는 갈등의 연속이며, 전쟁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갈등 해소 방식이다. 따라서 역사를 설명하면서 인간의 본성, 문화, 과학, 시대정신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쟁을 빼놓을 수 없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으로 전쟁이 꼽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쟁의 목적은 환경과 상황을 전쟁 전과는 다르게 설정하는 데 있다. 다만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역사상 상당수 전쟁에서 그 결과란 이미 전쟁 이전부터 예정되어 있는 것이기에 오히려 승패를 가늠하는 것은 부차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전략이 엇갈리는 전쟁의 절정이 아니라 전쟁이 끝나고 난 뒤였다. 역사의 방향을 결정지은 전쟁의 의의란 전쟁 자체보다는 전쟁 이후의 역사들, 지리하고 미지근한 시간들을 살펴야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전쟁보다 치열했던 전쟁 이후의 한국사》는 종전 이후의 역사, 전쟁이 끝나고 난 뒤 한반도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후일담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사를 결정지은 주요 전쟁들이 어떻게 마무리되어 승자와 패자는 각각 어떤 미래를 선택했는지, 그 선택들이 어떤 역사를 불러왔는지 살핌으로써 전쟁 이후라는 고요하지만 특별한 순간들을 통해 한국사 전체를 꿰어 조망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에서 패배가 오히려 약이 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승리가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또 패배라도 잘 마무리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역사나, 좋은 기회를 내분으로 놓치는 역사는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이 책에서는 고조선의 멸망부터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상 대표적인 전쟁들을 선별한 다음, 배신자들이 더 당당하게 살았다는 씁쓸한 후일담부터 전란 이후 종가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역사의 나비효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 전쟁 이후의 역사,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처음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전쟁 없이 이야기하는 전쟁의 역사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는 고조선 시기에서 시작해 통일신라(고대)와 고려, 그리고 조선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전쟁이 잠시 멈춘 현대 시기(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사를 바꾼 주요 전쟁, 전투, 전란들과 그 이후의 역사들을 다음과 같은 네 개의 시기, 32가지 에피소드로 정리했다.

1. 고대, 전쟁 이후의 의문들
고대 시기 전쟁 이후의 역사들에서는 멸망 이후의 드라마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비롯해 고대사를 결정지은 주요 전투들이 품고 있는 미스터리를 둘러싼 오늘날의 논쟁들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고구려 멸망 이후 잡음이 많았던 논공행상 과정과 같은 전쟁 이후 후일담부터, 신채호가 《조선상고사》에서 언급한 이후 오늘날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김해병서》의 정체에 대한 가설, 김흠돌의 반란 이후 혼란의 시기를 전성기로 바꾼 성덕왕의 위기관리 등을 정리했다.

2. 고려, 전쟁 이후의 이야기들
고려는 오늘날 여러 나라들이 한국을 일컫는 이름인 코리아의 기원이지만 한국사에서 가장 소외받은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고려 시기 전쟁 이후의 역사들에서는 지금 여기와 겹칠 법한 이야기들을 주로 소개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이자겸의 난을 평정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문신형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종의 유행이 되었던 현상부터 침략자로 들어와 포로로 눌러앉게 된 외지인들이 고려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 몽골에게 수탈당하는 고려인들에 대한 역사를 다뤘다.

3. 조선, 전쟁 이후의 드라마들
조선은 한국 근현대사와 맞닿아 있으며 사극이나 역사소설 등을 통해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시기다. 조선 시기 전쟁 이후의 역사들에서는 연이은 전란을 겪은 이후 화력에 집착하게 된 조선의 분위기부터 종갓집이나 장자상속, 제사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들이 사실은 왜란이나 호란 이후 국가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발명된 것이라는 지적 등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4. 근현대, 전쟁 이후의 역사들
근현대 시기는 그때를 경험했던 이들이 오늘날에도 남아 그 기억을 전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시간이다. 근현대 시기에서는 한반도 점령 이전 고구려의 역사에 주목했던 조선총독부의 역사학자들과 그들의 주장에 의해 조선총독부의 명칭이 ‘고려총독부’로 바뀔 뻔했던 사연부터, 러일전쟁의 결과가 오늘날 ‘담배로 잃은 건강, 인삼으로 되찾자’는 농담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나비효과, 그리고 태평양전쟁 이후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군함도’ 외의 사람들과 6.25전쟁이 정전된 이후 어수선한 상황에서 독도를 둘러싸고 또 다른 소리 없는 전쟁을 벌였던 역사들을 소개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살아남은 자들의 역사

여행을 많이 다녀온 이들이 흔하게 건네는 조언 가운데에는 낯선 곳을 빨리 파악하고 싶으면 그곳의 재래시장으로 가보라는 말이 있다. 서툰 셈과 욕심이 교차되는, 속되지만 그만큼 사람냄새가 진하게 나는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역사에 대입하자면 전쟁 이후가 바로 시장과 같은 시간일 것이다.
전쟁 이후의 역사는 대체적으로 구질구질하고, 지루하며, 구차하고 물쩍지근하다. 전쟁이 인간의 하찮음과 위대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영웅과 악마의 시공이라면, 전쟁 이후는 폐허에서 살아남는 상이용사, 배신자, 고아, 과부, 노인들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전쟁의 연속이라고 거칠게 정의내린 격언을 받아들인다면, 전쟁 이후는 지옥과 같은 시간을 이겨내고 전쟁 이전으로 주변을 재건하고자 했던, 살아남은 자들의 시간이기도 하다. 과거로 복원시켜 미래를 대비했다는 의미에서 볼 때 전쟁 이후는 전쟁보다 더 치열했던 순간이며, 새로운 갈등이 싹 트고,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은원이 무겁게 가라앉아 새로운 전쟁을 예고하는 무서운 시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와 같이 ‘살아남은 사람들이 살아냈던 이야기’로 살펴보는 한국사다.

이 책의 연관시리즈|전쟁보다 치열했던 전쟁 이후의 한국사

저자소개

이상훈
우리나라 전쟁사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역사학자. 학생군사교육단 37기로 군 복무를 했으며, 경북대학교에서 〈나당전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가쿠슈인대학과 중국 베이징사범대학에서 수학했으며,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전임연구원과 영남문화연구원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지금은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관생도들에게 한국사와 군사사를 강의하고 있다. KBS 〈한국사기〉와 EBS 〈다큐프라임〉에 자문 및 출연했으며, 《아시아경제》에서 〈이상훈의 한국유사〉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나당전쟁 연구》(2013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도서), 《전략전술의 한국사》(2015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도서), 《신라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2016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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