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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녀의 일기

옥타브 미르보|이재형

책세상|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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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가격정보
전자책 정가 12,000원
구매 12,000원3% 적립
대여 90일|6,000원3% 적립
출간정보 2018.08.23|EPUB|17.82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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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발칙한 하녀의 파란만장한 나날
세상 어디에나 있는 우아한 마님들의 수상한 세계

19세기 말 프랑스 문단의 혁명가 옥타브 미르보의 대표작 국내 초역

올해 2월에 열린 제65회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현재 가장 주목받는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이두가 주인공 셀레스틴으로 분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어느 하녀의 일기〉(2015년 8월 6일 국내 개봉). 이자벨 위페르, 다이앤 크루거, 샤를로트 갱스부르 등의 유명 배우와 작업한〈육체의 학교〉,〈페어웰, 마이 퀸〉,〈나쁜 사랑〉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브누아 자코가 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1900년 발표된 옥타브 미르보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사에 이름 높은 두 감독, ‘빼어난 조형감각의 휴머니스트’ 장 르누아르(1946)와 ‘전위 영화의 거장’ 루이스 부뉴엘(1964)에 이은 세 번째의 영화화다. 이전의 두 작품이 원작의 설정과 전개를 대폭 변형시킨 데 비해 이번 작품은 원작에 상당히 충실한 편으로, 96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 안에 미처 다루지 못한 갖가지 일화와 섬세한 감정선,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어 궁금증을 증폭시킨 주인공의 후일담까지 풍부히 담아낸 원작 소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처음 번역되어 소개되는《어느 하녀의 일기》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한 현실 참여적 지식인으로, 언론인·소설가·극작가·예술 비평가·아나키스트 등 실로 다양한 면모를 지닌 옥타브 미르보의 대표작이다. 다사다난한 삶의 역정을 거쳐온 도도하고 매력적인 하녀 셀레스틴의 시선을 통해, 19세기 말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풍속, 부르주아의 탐욕과 위선, 성적 타락과 방종은 물론, 하층 계급의 비참한 노동 조건과 신산한 삶, 국론을 분열시킨 드레퓌스 사건을 둘러싼 반유대주의와 애국주의의 광풍까지 그려낸 이 작품은 냉소와 풍자가 가득한 ‘벨 에포크 시대의 거대한 인간 희극’이라고 할 만하다.

하녀의 눈에 비친 화려한 상류 사회의 추악한 이면

“나는 나이가 많지 않다. 그렇지만 많은 것들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완전히 벌거벗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속옷과 살갗, 그들의 영혼에 코를 갖다 대고 킁킁거렸다. 향수를 뿌렸음에도 그들에게서는 좋은 냄새가 나지 않았다. 존경받는 가정과 정직한 가족이 덕행의 외관 아래 얼마나 많은 추잡한 언행과 수치스러운 악행, 저열한 범죄를 감출 수 있는지! 오!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140쪽)

이 소설은 19세기 말 프랑스 노르망디의 한 시골 마을 메닐-루아에, 파리에서 온 하녀 셀레스틴이 부유하지만 인색하기 그지없는 랑레르 부부의 집에 취직되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브르타뉴 해안의 오디에른 출신으로,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의 학대를 받으며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셀레스틴. 수녀원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손에서 벗어난 그녀는 언니, 오빠와도 소식이 끊긴 채 혈혈단신 수많은 일자리를 전전하며 인생의 쓴맛과 단맛, 환멸을 두루 맛본다. 하녀로 일하면서 자신이 모시는 주인은 물론, 동료 하인들과 자신을 스쳐가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꿰뚫어 보는 비상한 관찰력을 가진 셀레스틴은 매혹적인 용모와 언동으로 모든 남자가 추근거리는 욕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자신을 한시도 가만두지 않는 까다롭고 신경질적인 랑레르 부인 때문에 지쳐가는 가운데, 부인에게 주눅 들어 있으면서 하녀를 통해 욕정을 분출하려는 랑레르 씨의 추파를 받는 셀레스틴. 그리고 두 동료, 즉 술에 절어 사는 요리사 마리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정원사 겸 마부 조제프와 함께 일하는 그녀는 이내 시골의 단조로운 일상에 따분함을 느낀다. 퇴역 군인인 모제 대령을 모시는 이웃집 하녀 로즈의 주선으로 나가기 시작한 마을 하녀들의 모임이 그녀의 지겨움을 잠시나마 해소해주는 유일한 오락거리다. 매주 일요일 미사가 끝난 뒤 구앵 부인의 식료품점에서 열리는 이 모임에서는 마을에 떠도는 온갖 풍문과 추문이 화제에 오르고 우스갯소리와 험담이 오간다.
이렇게 시골 생활에 젖어가는 와중에, 셀레스틴은 왠지 수상쩍은 마부 조제프의 거동에 호기심과 불안함을 함께 느끼며 주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2년간 열두 개의 일자리를 거치며 산전수전을 겪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그동안 주인으로 모셨던 “다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위선적이고 비겁하고 역겨운” 부르주아들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린다. 이 과정에서 사랑에 한없이 약하면서도 발칙하고 도발적이고, 일견 자유분방하지만 신실한 종교적 감정을 간직하고 있고, 여느 하녀와는 다른 세련된 취향, 소설 탐독을 통해 가꾼 교양과 우아한 언변을 지닌 동시에, 동료 하인들과 치는 짓궂고 천박한 장난을 즐기기도 하는 셀레스틴 자신의 모순적이고 다면적인 모습도 드러난다.

기묘한 인간 군상이 빚어내는 벨 에포크 시대의 천태만상

“더 이상 노예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주장한다. 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말도 안 되는 억지다. 하인들이 노예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노예 제도가 정신적 비열함, 필연적 타락, 증오를 낳는 반항심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노예 제도는 지금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인들은 악덕을 주인에게 배운다. 순수하고 순진한 상태에서 하인 일을 시작하는 그들은 사람을 타락시키는 습관과 접촉하면서 금세 타락하게 된다. 그들은 오직 악덕만을 보고, 악덕만을 호흡하고, 악덕만을 만진다.” (368쪽)

이 소설에서 미르보는 부르주아 계급의 탐욕과 부패, 타락을 고발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하인들이 보이는 비굴한 노예근성과 주인을 따라 악덕을 저지르는 비열함도 풍자한다. 그리고 실직한 셀레스틴에게 임시보호소이자 직업소개소 역할을 한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노동 착취를 그림으로써 성직자들의 거짓과 위선을 꼬집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들의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비웃으면서도 그들의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동경하고, 자신이 불행해질 줄 알면서도 때때로 자기도 모르게 파멸에 몸을 맡기는 셀레스틴의 이율배반적인 모습도 가차 없이 드러낸다.
구두에 집착하는 괴벽을 지닌 라부르 씨, 동물이든 식물이든 뭐든지 먹는 것이 자랑인 모제 대령,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난폭하게 드러내는 반유대주의자 조제프, 셀레스틴의 사랑을 갈구하던 젊은 결핵 환자 조르주 씨, 갑작스러운 성공으로 겉치레에 과하게 열중하며 사교계에서 인정받고자 몸부림치는 샤리고 부부, 본래 하녀 출신이면서 하녀들을 멸시하고 상류 계층 부인들에게는 한없이 비굴한 직업소개소 운영자 폴라-뒤랑 부인, 대외적으로는 각종 종교·자선 사업에 활발히 관여하면서 한편으로는 방탕한 아들 자비에를 집에 잡아두고자 하녀를 일종의 창부로 부리는 드 타르베 부부, 셀레스틴을 먼저 유혹해놓고 막상 도움을 요청해오자 “인생은 그냥 인생이야”라고 말하며 빠져나간 동료 하인 윌리엄… 이 소설은 각계각층의 기묘한 인물들을 여럿 등장시켜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와 시골의 뒤틀린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느 하녀의 일기》의 초고는 보수 성향의 일간지《에코 드 파리L’Écho de Paris》에 연재되었지만(1891년 10월 20일∼1892년 4월 26일) 당시 작품 활동에 있어서나 사생활에 있어서나 슬럼프에 빠진 탓에 스스로 흡족하지 않았던 미르보는 그로부터 8년 후 드레퓌스 사건이 전개된 시기를 배경으로 설정해 대대적인 개고에 착수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성향의 격주간 문예지《라 르뷔 블랑쉬La Revue blanche》에 10회에 걸쳐 발표하고(1900년 1월 15일∼6월 15일) 줄거리에 특별히 영향을 미치지 않는 두 장을 막판에 추가해 1900년 7월에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부르주아의 속물근성을 풍자하는 일화가 대폭 보강된《어느 하녀의 일기》는 대중의 열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켜, 미르보 생전에 약 14만 6,000부가 팔려 나갔다.
이 소설은 일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중간중간에 영화의 ‘플래시백’처럼 과거 회상 장면이 빈번하게 끼어듦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혼재되어 전통적 소설의 선형성을 깨뜨리는 동시에, ‘회상’이나 ‘기억’이란 제목이 붙은 작품들보다 생생한 현재성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발자크와 졸라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화자와는 달리,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만 서술하는 셀레스틴을 화자로 내세워, 수수께끼로 남은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기도 한다(예컨대 라용 숲에서 성폭행당하고 살해당한 소녀 ‘꼬마 클레르’를 죽인 범인이 조제프라고 셀레스틴은 줄곧 의심하지만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이처럼 출간 당시 전통적인 소설과는 다른 참신한 구성과 내러티브를 선보인《어느 하녀의 일기》. 하녀 셀레스틴의 비극과 희극을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삶의 허무를 날카롭고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우리에겐 아직 낯선 독특한 세기말 작가 옥타브 미르보의 진가를 확인케 해줄 것이다.

저자소개

옥타브 미르보Octave Mirbeau(1848∼1917)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언론인, 예술 비평가이다. ‘벨 에포크’ 시대 소설 장르의 혁신을 이끈 문단의 전위였으며, 권력 비판과 사회 참여에 앞장선 비판적 지식인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1848년 노르망디 지방에서 태어난 미르보는 1870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당시 징집되어 전쟁의 쓰라린 경험을 겪었다. 제대 후 정치인의 비서로 일하다, 1872년 파리에서 저널리스트로 입문해 여러 언론사에서 일했다. 1883년 풍자 잡지《레 그리마스Les Grimaces》를 창간해 편집장으로 활동하면서 권력층과 공화국의 위선을 폭로했다. 1886년 장편소설《수난Le Calvaire》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한 후《쥘 신부L’Abbé Jules》,《세바스티앵 로크Sébastien Roch》등의 작품을 출간했다. 전쟁과 종교 등에 대한 금기를 위반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이 작품들은 열렬한 지지와 격렬한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1894년부터 전개된 드레퓌스 사건 당시에 미르보는 에밀 졸라를 옹호하고 언론 활동을 통해 민족주의자와 교권주의자, 반유대주의자들을 공격하는 등 진실을 지키고자 분투했다.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으로 앞장서 행동하는 그에게 에밀 졸라는 “정의의 사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후《고문의 뜰Le Jardin des supplices》,《어느 하녀의 일기Le Journal d’une femme de chambre》등의 소설과《사업은 사업이다Les affaires sont les affaires》,《기숙사Le Foyer》등의 희곡을 발표했다.
미르보는 예술 비평가로도 활동하면서 로댕, 모네, 고흐, 클로델 등의 예술가들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으며, 자유주의자이자 아나키스트로서 인간을 억압하는 제도와 국가의 폭력에 맞서 싸우기를 멈추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의 발발에 절망하던 평화주의자 미르보는 예순아홉 번째 생일을 맞은 1917년 2월 16일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이재형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원대학교, 상명여자대학교 강사를 지냈다. 옮긴 책으로《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패자의 기억》,《꾸뻬 씨의 사랑 여행》,《사회계약론》,《시티 오브 조이》,《군중심리》,《마법의 백과사전》,《지구는 우리의 조국》,《밤의 노예》,《최후의 성 말빌》,《세월의 거품》,《신혼여행》,《레이스 뜨는 여자》,《눈 이야기》등이 있다.

작가의 출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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