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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임건순

시대의창|2013.12.03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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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가격정보
전자책 정가 16,800원
구매 16,800원3% 적립
출간정보 2013.12.03|EPUB|2.51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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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 권으로 읽는, 쉬운 《묵자》

우리에게 묵자는 아직 낯선 사상가다. 묵자의 가르침이 담긴 책 《묵자墨子》 원문을 번역하고 해설한 책은 이미 여러 권 나와 있지만 중국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쉽지 않다.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비롯해 중국 고전을 개괄하는 책들에서도 한 꼭지씩 묵자를 다루긴 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 책, 《묵자―공자를 딛고 일어선 사상가》는 중국철학이나 고전을 잘 모르는 사람도 묵자 사상의 정수를 이해하고 그 울림을 느낄 수 있도록 눈앞에서 강의하듯이 입말체로 쉽게 풀어 쓴 교양서다.
《묵자》 원전은 한나라 때까지 71편이 전해졌다고 하나 현전하는 것은 53편이다. 《묵자》의 핵심은 ‘묵자 10론’, 곧 겸애(兼愛), 비명(非命), 비공(非攻), 상현(尙賢), 상동(尙同), 천지(天志), 명귀(明鬼), 절용(節用), 절장(節葬), 비악(非樂)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묵자 10론’을 구성하는 《묵자》 원문의 중요한 대목들을 쉬운 번역문으로 술술 읽어나가면서 묵자는 어떤 사람인지, 묵가(墨家)는 어떤 집단인지, 그들이 등장한 역사적 배경과 맥락, 후대의 분열과 변질, 중국 사상사에 차지하는 의미, 그리고 오늘날의 현실까지 깜짝 놀랄 만큼 갈파하는 묵자의 가르침을 설명한다.


2000년 만의 복권

중국에서 다양한 사유가 활짝 꽃피었던 때는 선진(先秦) 시대의 막바지, 곧 전국 시대(서기전 403~서기후 221년)였다. 당시 묵자 학파(묵가)의 사상은 공자의 유가와 함께 양대 현학(顯學)으로 손꼽힐 만큼 널리 지지를 받았다. 한비자는 “오늘날 이름 높은 학파는 유가와 묵가다”라고 말했다. 맹자가 “양주(楊朱)와 묵적(墨翟, 묵자의 본명)의 소리가 천하에 가득하다”고 경계했을 만큼 대중적 인기도 높았다. 그러나 진 제국의 통일 이후 묵가는 제국에 위협이 되는 불온한 사상으로서 땅에 묻히고 불태워지며 잊혀갔다. 진의 뒤를 이은 한 제국 때부터는 유학이 중국의 사상계를 제패하고 보수화의 길을 걸으며, 마치 기독교가 사상계를 제패했던 유럽의 중세처럼 암흑기가 이어졌다. 그러다 19세기 후반, 청나라 말엽에 필원(畢沅)과 손이양(孫?讓)이라는 학자가 《묵자》 원문에 주석을 달고 정리하면서 묵가가 새로이 근대의 조명을 받게 된 것을 ‘2000년 만의 복권’이라고 한다.


‘묵’의 무리

묵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2300~2500년 전, 보편 복지(겸애)와 침략전쟁 반대(비공), 의로운 정치(의정義政)를 주장하고, 그것이 하느님의 뜻(천지天志)이라 말하면서, 그 뜻을 펼치고자 앉은자리가 따뜻해질 새 없이 동분서주했던 사상가이자 조직가이며 활동가다. 그의 생몰년은 정확하지 않고, 다만 공자 이후, 맹자 이전 사람임은 분명하다.
묵자는 천한 계층인 공인 출신 지식인으로 추측되며,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학파인 묵자 무리, 곧 묵가도 공인?장인과 무사들로 이루어졌다. 묵가는 결속력이 매우 강력한 집단으로서, 제자를 양성하고 당시의 여러 제후와 백성들에게 자신들의 사상을 설득하러 다니는 한편 강대국의 침략을 당할 위기에 놓인 약소국을 위해 성곽을 방어하고, 방어를 위한 각종 무기와 설비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묵가는 책과 문헌을 정리하는 설서(說書), 수공업 기능과 군사 기술을 익혀 몸으로 일하는 종사(從事), 사상 전파를 위한 논증과 언변을 갈고닦는 담변(談辯), 이렇게 세 가지 전공별로 전문가를 양성하여, 분업과 협업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역사상 보기 드문, 체계적인 결사체였다.


2000여 년 전, 너무 일찍 근대를 지향했던 묵자

일본의 동양철학자인 와타나베 다카시(渡邊卓)가 “고대에 너무 일찍 근대를 지향했으며 그 때문에 절멸했고, 역시 그 때문에 오늘의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되는 사상 집단”이라고 한 것처럼, 가족 윤리를 우선시하고 군주의 덕목을 중시했던 당대의 다른 학파와 달리 혈연 공동체의 울타리를 넘어선 보편적 윤리와 합리적 사회 질서를 주창했던 묵가는 동양철학의 역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묵자》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면서 이런저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씨름하는 우리에게도 가치 있는 실마리를 던져준다.


‘갑’이 은혜로워야 한다는 공자, 합리적으로 ‘을’의 이익을 주장한 묵자

1. 천하를 두루 사랑하여 만민을 이롭게 하는 하느님
묵자는 ‘신령의 일은 모른다’며 종교성과는 거리를 두었던 공자와 달리, 신을 섬길 것을 중시했다. 묵자가 말하는 ‘하느님’은, 사람이 재물을 바치며 복을 빌면 복을 내려주거나 사람에게 꼼짝 못할 ‘천명(天命)’을 내려 그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존재가 아니다. 묵자의 하느님은 마치 햇빛과 같이 모든 생명을 조화롭게 사랑하는 존재로, 그 뜻을 인간에게 강제하지 않고 다만 합당한 상과 벌을 내리기에 인간 스스로가 그 뜻을 따라야 한다. 마치 현대 신학에서 이야기하는 신의 개념 같다.

하늘이 인민을 깊이 사랑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근거가 여기 있다. 하늘은 해와 달, 별들을 내보내 길을 밝혀주고, 춘하추동 사철을 마련하여 질서를 삼았으며,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을 내려 오곡과 삼을 자라게 하여 사람들이 이용하게 했다. …… 또 인민의 선악을 감시하고, 왕과 제후의 자리를 정하여 어진 자에게 상을 주고 난폭한 자를 벌주게 하며, 쇠와 나무와 새와 짐승을 내리고 오곡과 삼을 가꾸도록 하여 인민들이 먹고 입을 재물을 만들게 했다. 이 모든 것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묵자》 〈천지天志 중中〉 편, 본문 514쪽

크고 작은 나라를 막론하고 모두 하늘의 고을이며, 나이가 많고 적고 귀하고 천하고를 막론하고 모두 하늘의 신하다.
―《묵자》 〈법의法儀〉 편, 본문 316쪽

2. 구체적인 겸애, 반전(反戰)
사람을 다스릴 만한 자(군자君子)와 다스림을 받아 마땅한 자(소인小人)로 나누어 생각하며, 차별적인 신분 질서가 당연히 여겨지던 시대에, 묵자는 이렇게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하느님 앞의 평등을 선언한다. 내 나라도 너의 나라도 모두 하늘의 고을인데 왜 하늘의 고을끼리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가? 신분이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모두 하늘의 신하인데 누구는 입이고 누구는 주둥이인가?

남의 개나 닭이나 돼지를 훔친 자의 잘못은 남의 과수원에서 복숭아나 자두를 훔친 것보다 더 심하다.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남을 해친 정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남을 해친 정도가 클수록 그 어질지 못함도 더 심하고 그 죄도 더욱 크다. ……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의 옷을 빼앗고, 그의 창이나 칼을 훔친 자의 잘못은 남의 마구간에 들어가 말이나 소를 훔친 것보다 더 심하다.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남을 해친 정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남을 해친 정도가 더 크면 어질지 못함도 더 심하고 죄도 더욱 크다. 이와 같은 죄에 대해서 천하의 군자들은 모두 알고 비난하면서 불의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더 큰 불의를 저지르며 남의 나라를 침공하는 것을 보고서는 불의라고 할 줄 모르고, 그를 좇아 칭송하면서 의義라고 말한다.
―《묵자》 〈비공非攻 상上〉 편, 본문 422~423쪽

3. 묵자는 성악론자
묵가가 활동했던 전국 시대는 말 그대로 ‘전쟁의 시대’, 중원 천하의 모든 나라가 모든 나라를 상대로 싸우며 정복하고 정복당하던 시대였다. 그 전의 춘추 시대에는 전쟁을 하더라도 백성들은 주로 생업에 종사하고 지배층과 귀족들만 전차와 부하들을 이끌고 전쟁에 나갔다면, 전국 시대에는 일반 백성까지 모두 투입되어 대규모 보병전을 치렀다. 춘추 시대에는 서로 명분의 우위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전쟁의 목표였는데, 전국 시대 들어서는 적군을 절멸하고 적국을 완전히 초토화, 멸망시키는 데까지 이르렀다. 오늘날의 전쟁도 이와 같다. 그리고 오늘날의 우리도 남의 집을 빼앗는 것은 잘못이라고 하면서 광개토대왕, 칭기즈 칸, 알렉산드로스 대왕, 나폴레옹, 맥아더 장군은 위대하다고 한다.

무엇으로 천하와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를 삼으면 좋을까? 만약 모든 사람이 자기 부모를 본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천하에 부모 노릇을 하는 자는 많지만 어진 자는 적다. 만약 저마다 자신의 부모를 본받는다면 이것은 어질지 않음을 본받는 것이다. 어질지 않음을 본받는 것은 법도로 삼을 수 없다.
만약 모든 사람이 자기 스승을 본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천하에 스승 노릇 하는 사람은 많지만 어진 사람은 드물다. 만약 모두가 자신의 스승을 본받는다면 이것은 어질지 않음을 본받는 것이다. 어질지 않음을 본받는 것은 법도로 삼을 수 없다.
만약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임금을 본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천하에 임금 노릇 하는 자는 많지만 어진 사람은 적다. 만일 모두가 자기 임금을 본받는다면 이는 어질지 않음을 본받는 것이다. 어질지 않음을 본받는 것은 법도로 삼을 수 없다.
그러므로 부모와 스승과 임금은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로 삼을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를 삼아야 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하늘을 법도로 삼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하늘의 운행은 광대하면서도 사사로움이 없고, 그 베푸는 은혜는 두터우면서도 공덕으로 내세우지 않으며, 그 밝음은 오래가면서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성군들은 이것을 법도로 삼았던 것이다.
―《묵자》 〈법의法儀〉 편, 본문 117~118쪽

4. 군주가 좋아지면, 이루어진다
묵자가 송나라 사람인지 노나라 사람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노나라에서 공자의 유학을 배우고 어짊(인仁)과 의로움(의義)라는 덕목을 받아들였다. 묵자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며 “합당한 것은 바꿀 수 없습니다. 새들은 땅이 덥고 가물면 높이 날아오르고 물고기들은 수면이 덥고 가물면 물 아래로 잠깁니다. 비록 우임금과 탕왕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이치를 바꿀 수 없습니다. 새나 물고기는 어리석다고 할 수 있는데도 우임금과 탕왕은 그대로 따릅니다. 저도 지금 어찌 공자를 인용하지 않겠습니까?”(《묵자》 〈공맹孔孟〉 편) 하고 공자에 대한 존중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묵자는 어버이에 대한 효를 가장 우선시하고, 군사부일체라 하여 임금?스승?부모에 대한 복종을 강조하며,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차별을 절대시하는 유가의 한계를 깨뜨리고자 했다. 공자가 인의(仁義) 도덕을 정립한 역사상 최초의 인문주의자라면, 묵자는 이 점에서 공자를 딛고 일어선 사상가다.

여기 두 선비가 있다. 한 선비는 별別을 주장하고, 다른 한 선비는 겸兼을 주장한다. 別을 주장하는 선비가 말하길, “내가 어찌 친구의 몸 위하기를 내 몸 위하는 것 같이 하고, 친구의 어버이 위하기를 내 어버이 위하는 것과 같이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물러나 그 친구를 보면 굶더라도 먹여주지 않고, 춥더라도 입혀주지 않으며, 아프더라도 돌봐주지 않고, 죽더라도 장사 지내주지 않는다. 別을 주장하는 선비의 말은 이와 같고 행동도 이와 같다.
兼을 주장하는 선비의 말은 그렇지 않고 행동 역시 그렇지 않다. 그는 말하기를, “내가 듣건대 천하에 높은 선비가 된 사람은 반드시 친구의 몸 위하기를 제 몸 위하는 것과 같이 하고, 친구 어버이 위하기를 제 어버이 위하는 것과 같이 하는데 그러한 뒤에야 천하의 높은 선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물러나 그 친구를 보면 굶으면 먹이고, 추우면 옷을 입히며, 병을 앓으면 돌봐주고, 죽으면 장사 지내준다. 兼을 주장하는 선비의 말이 이와 같고 그 행동이 이와 같다. 두 선비의 경우, 이렇게 말이 서로 어긋나고 행동도 서로 반대된다. ―《묵자》 〈겸애 하下〉 편, 본문 399~400쪽

이 글은 “묵적은 겸애를 말하는데 이것은 어버이를 부정하는 것이다. 어버이를 부정하고 군주를 부정하는 것은 금수와 같다”(《맹자》 〈등공문?文公 하〉 편)는 맹자의 비판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비판에 대한 묵가의 대응은, 차별이 옳은지 겸애가 옳은지는 ‘실천’으로써 온 천하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5. ‘이익’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묵자는 사회적 약자를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마땅히 존중해야 하며, 그것이 의로운 정치라고 한다. 묵자는 “배고픈 자 먹지 못하고, 추운 자 입지 못하고, 일해서 힘든 자 쉬지 못하나니 이것이 인민의 세 가지 환난”(《묵자》 〈비악非樂 상上〉 편)이라고 말하며 당시 하층민들의 고통을 직시하고, 그들을 대변하고, 특히 일하는 자들의 권리와 그들이 누려야 할 기초적인 생활 보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이익〔리利〕 추구를 금기시한 유가와 달리, 묵가는 “의는 리다(義,利也)”(《묵자》 〈경經 상〉 편)라고 천명한다.

묵자가 말하는, 의로움의 기초가 되는 이로움은 그냥 이로움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에게 나누어지고 공유되는 상호적인 이익이고, 이런 이익과 ‘서로 이롭게 함’이 그들이 말하는 겸애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그래서 의와 리는 같이 가는 것이고 리가 있어야 의로움이 있는 것입니다. (중략)
예를 들어 설명해봅시다. 어느 단체 사람들이 빵 만드는 일을 하는데 생산하던 빵이 10개에서 50개로 늘어났다고 칩시다. 생산력이 발전한 거고 생산량이 많아진 거고 이익이 늘어난 건데, 웬걸 빵을 먹는 자는 소수이거나, 다수라 하더라도 빵을 먹지 못해 굶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의롭지 못한 것이겠죠. 그런데 이익과 무관한 정의에 관심이 없는 묵자는 역시 정의와 무관한 이익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빵의 생산량이 20개 정도로만 늘어나더라도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 굶는 사람이 없고 모두에게 빵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 이것이 묵자가 말하는 ‘의’이고 이런 ‘의’를 통해서 만들어지고 나온 이로움의 확대가 바로 묵자가 말하는 겸애입니다.
(중략) 묵자가 말한 “義, 利也”는 이로움이 있어야 의로움이 성립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또 반대로 의로움이 있어야 이로움 역시 성립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본문 39~41쪽

곧 정의로워야 진정으로 이로운 것이며, 또한 구체적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어야지 추상적인 전체의 이익(예를 들어 ‘국익’ 따위)은 (그런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도 의문이고) 의미가 없다.

묵자는 단순하면서도 추상적인 국가의 전체 이익, 총이익에는 무관심했습니다. 상앙과 한비자는 국가를 한 기업과도 같은 단일체로 보고 그 단일체의 생산력과 힘의 극대화를 꾀했지만 묵자는 아닙니다. 묵자는 철저히 국가와 공동체를 이루는 구체적인 개개인 하나하나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이익에만 관심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어째 현재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는 추상적인 국익의 주술에 취해 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본문 43쪽

6. 있는 힘껏 남을 위해 수고하고 자기의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곧 ‘의’
이렇게 ‘이익이 되는 의로움’을 위해, 묵자는 독야청청 혼자만 깨끗한 삶을 거부하고, 정치에 뛰어들고자 한다.

노나라 남쪽 시골에 오려吳慮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겨울엔 질그릇을 굽고 여름엔 밭을 갈며 자신을 순임금에게 비유했다. 묵자가 그 말을 듣고서 그를 만났다.
오려가 묵자에게 말하길, “의로움만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어찌 말하고 다닐 필요가 있겠습니까?”
묵자가 말하길, “선생께서 말씀하시는 의로움이란 있는 힘껏 남을 위해 수고하고 자기의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입니까?”
오려가 대답하길, “그렇습니다.”
묵자가 말하길, “저는 일찍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제 손으로 농사를 지어 천하 사람들을 먹여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잘해야 한 농부가 농사짓는 수확밖에는 안 되니 이것을 천하에 나눈다면 한 사람에 곡식 한 되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설령 한 되씩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천하의 굶주리는 자들을 배불리 할 수 없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 제가 베를 짜서 천하의 사람들을 입혀주리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잘해야 한 부인이 짜는 만큼밖에 안 되니, 그것을 천하에 나누어준다면 한 사람에 천 한 자도 돌아갈 수 없습니다. 설령 천 한 자씩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천하의 헐벗는 자들을 따뜻하게 해줄 수 없음이 자명합니다. 또 제가 견고한 갑옷을 입고 예리한 무기를 들고서 제후의 환난을 구하리라 생각해보았습니다. 잘해야 한 사람 몫밖에 싸울 수가 없으니 그것으로 대군을 막아낼 수 없음은 뻔히 알 만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옛 성왕들의 도를 배워 그 사상을 추구하고 성인들의 말씀을 통해 그 의미를 밝혀서, 위로는 왕, 공, 대인들을 설복하고, 그다음에는 일반 백성들을 설복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왕, 공, 대인들이 제 의견을 채택하면 나라는 반드시 다스려질 것입니다. 일반 백성들이 제 의견을 채택하면 그들의 행동이 다듬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비록 농사를 지어 굶주린 사람을 먹이지 않고 베를 짜서 헐벗은 사람들을 입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공로는 농사지어 먹이고 길쌈하여 입히는 사람들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묵자》 〈노문魯問〉 편, 본문 543~544쪽

목차

<묵자 -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프롤로그
길잡이의 초대장

1 묵자 여행 준비
2 길잡이의 나침반
묵자 사상의 중심, 겸애 / ‘이익’을 어떻게 볼 것인가
3 묵자, 그는 누구인가
묵墨의 무리 / 노나라가 낳은 사상가 / 여담
4 시간적 배경
어떻게 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는가 / 씨족공동체의 일원에서 보편 인간으로
5 묵자가 본 인간
노동하는 존재, 자기 몫을 지닌 존재, 욕망하고 계산하는 존재 / 묵자는 성악론자
6 묵자의 하느님
동양 사상의 하늘, 하느님 / 묵자의 天, 현실과 단절된
7 기축 시대의 스승, 묵자
8 공자와 묵자, 유가와 묵가
먼저 공자가 있었다 / 仁에서 겸애로, 다시 대동사상으로
9 유가와 묵가의 사고 단위, 그리고 전국 시대의 통일
국지적인 유가, 전체적인 묵가 / 시詩와 변辯
10 진나라의 묵가, 진묵
묵자들이 진으로 간 까닭 / 묵가는 어떻게 사라졌나
11 묵가 사상의 비조, 그 이름 자로여
《논어》라는 화단에 핀 색다른 꽃 / 공자 학단의 야당 대표, 자로 / 자공, 명을 받지 못한 아주 좋은 그릇
12 묵자 읽기?묵자 사상의 예습편들
친사親士 / 수신修身 / 소염所染 / 법의法義 / 칠환七患 / 사과辭過
13 묵자 읽기?계급 타파와 사회 개혁을 위한 외침
14 묵자 읽기?겸애 실현을 위한 조직론
태초에 질서가 없었을 때 / 하나로, 일원적으로, 통일로
15 묵자 읽기?이것이 겸애다
별別과 겸兼, 별에서 겸으로 / 군주가 좋아하면, 이루어진다
16 묵자 읽기?구체적인 겸애, 반전
17 묵자 읽기?구체적인 겸애 2
절용節用 / 절장節葬 / 비악非樂
18 묵자 읽기?기존의 질서 부정과 하느님
명命에 반대한다 / 천지天志, 그들의 대안
19 묵자 읽기?현실을 만들어가는 하느님
현실의 인간과 단절된 하느님 / 현실을 만들어가는 주체로서의 하느님 / 천하를 두루 사랑하여 만민을 이롭게 하는 하느님
20 묵자 읽기?묵자가 직접 묻고 답한 말들

에필로그
참고문헌

저자소개

임건순 moo9257@hanmail.net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행정학과 역사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태동고전연구소에서 전통 한학을 공부하고, 서강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동양철학, 그중에서도 제자백가 사상을 전공했다.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에 대한 통찰과 직결되는, 강호 안팎의 동양철학을 계속 공부하고 있다. 한편 ‘야구학교’, ‘엑스포츠뉴스’에서 야구 기자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뚜렷한 자기 색과 주관을 갖고 야구에 대한 다양한 ‘설設’을 풀어내는 진정한 야구 논객이기도 하며, 《야구오패》와 류현진 선수의 풀 스토리를 담은 《생각이 많으면 진다》를 냈다. 《묵자》 다음으로 그가 준비하는 책은 《손자병법》의 손무孫武와 쌍벽을 이루는 사상가 오기吳起에 대한 책이다.


묵적 墨翟>

《사기》에 “묵적은 송나라의 대부로서 나라의 방어를 잘했고 절용을 주장했다. 어떤 이는 공자와 같은 때 사람이라 하고 어떤 이는 그보다 뒤의 사람이라 한다”고 나와 있다. 학자마다 묵자의 ‘묵墨’이라는 글자를 두고 그의 출신과 그가 대변하는 계층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피지배층으로 노동자 계층이다, 육체노동을 하다 보니 얼굴이 검어서 ‘묵자’라 했다, 또 그의 무리가 검은 옷을 입어서 묵자라 했다고 주장한다. 정확한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지만 묵자는 천인 계층 출신의 지식인이었으며, 묵자 무리는 단순한 천민들이 아니라 수공업에 종사한 사람들, 특히 무기를 만들고 성을 쌓고 지킨 무인들로 이루어졌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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